얼마 전 굴을 먹으러 갔는데, '삼배체 굴' 대한 얘기를 들었다.
3개의 염색체 세트를 가진 굴로, 여름에도 먹을 수 있다고 주장.
씨없는 수박도 아니고 이게 뭔소린가 싶었지만, 놀랍게도 삼십년도 더 된 개념.
심지어 만드는 법도 씨없는 수박 배울적에 배운 이론과도 거의 동일하다.
해서, 주전공은 아니지만 한번 정리해 볼까 한다.
왜? 재밌으니까.

삼배체 굴 (Triploid oyster) 이란,
'굴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굴 생산'을 위해 개발된 것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초기 배아 단계에서 콜히친(Colchicine)이나 물리적 방법(온도 변화, 압력 등) 같은 걸로
수정란(1세포기)의 감수 분열(Miosis)을 억제하여
염색체가 복제된 상태(4n)를 유지하도록 하면
염색체 수가 두배인 4배체 굴 (Tetraploid oyster) 이 만들어진다.

얘를 아빠로 하고 정상(2n) 굴을 엄마로 해 교배를 하면
짜잔, 3배체 (3n) 굴이 탄생한다는 것.
얘들은 생식능력이 없기 때문에 살아가는 모든 에너지를 생장에 쏟는다.

그래서 남들 후손 만든다고 산란기다 뭐다 홀쭉하게 살빠질 때
통통하고 맛있는 식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이렇게보면 인간이 참 독하다.
헌데 짚고 넘어갈 부분이,
굴을 추울 때만 먹는 이유는 주로 식품 안전과 품질 때문이다.
1. 여름철에는 수온이 상승하면서 굴의 신선도가 떨어지고, 세균의 번식이 활발해짐
2. 굴은 여름철에 산란기를 맞이하는데, 이 시기에는 굴이 번식에 에너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살이 적고 맛이 떨어짐
3. 여름철에는 플랑크톤의 활동이 증가하면서 굴이 섭취하는 해양 독소의 양도 늘어날 수 있으며, 이로 인해 굴에 독성이 축적될 가능성이 높아져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음
크게 이 세가지 이유.
요약하자면 산란기라 흐물거리고 맛도 없는데 패류독소도 잔뜩 먹은 상태니 먹을 필요가 없다는 거다.
그래서 외국에선 굴은 'R이 들어가는 달(September~April)'에 먹는거라는 말이 있다고.
여태 나는 '여름철에는 굴의 산란기라 독을 생성하니 먹으면 탈난다'라고 믿고 있었는데,
굴 자체가 독성을 만드는건 아니고 패류독소의 축적이 많아지는게 원인이라 생각하는게 옳다.
이쯤에서 패류독소라는걸 한번 짚고 넘어가자면,
굴은 플랑크톤을 걸러 먹으며 성장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랑크톤이 생성한
마비성 패류독소(PSP), 설사성 패류독소(DSP) 등이 굴 내부에 축적될 수 있다.
즉, 독소는 굴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라 굴이 먹는 먹이의 환경 변화에 의해 발생하는 것.
마비성 패류독소 (PSP: Paralytic Shellfish Poisoning)의 원인 독소는 주로 사이액톡신(Saxitoxin) 계열의 독소다.
이건 Alexandrium, Gymnodinium, Pyrodinium 속 플랑크톤이 생성하며,
굴이나 홍합이 이를 섭취하면서 체내에 축적된다는 듯.
사이액톡신은 신경세포의 나트륨 채널을 차단하여 신경 신호 전달을 방해하기 때문에 신경-근육 사이의 신호 전달이 방해를 받아 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 증상은 입술과 혀의 저림, 두통, 메스꺼움, 구토 부터 치명적인 경우에는 호흡근 마비로 인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뭔가 위기탈출 넘버원 같지만 인간은 원래 생각보다 약한 존재다.
설사성 패류독소 (DSP: Diarrhetic Shellfish Poisoning)는 주로 오카다익산(Okadaic Acid) 및 그 유도체를 말한다.
Dinophysis 속과 같은 독성 플랑크톤이 생성하며, 마찬가지로 굴이나 홍합 등에서 축적된다.
오카다익산은 단백질 인산화 효소(Protein Phosphatase)를 억제하는데, 이로 인해 세포 내 신호 전달이나 막 단백질의 기능 이상이 발생한다.
입으로 먹었으니 장으로 갈테고, 장 점막 세포의 기능이상을 일으켜 설사를 유발하는 것.
주요 증상은 메스꺼움, 구토, 복통, 설사.
일반적으로 생명에는 지장이 없지만, 탈수를 유발할 수 있다.
정리하면 이정도.

이 패류독소는 열에 강하기 때문에 굴을 익혀도 잘 제거되지 않는다는 듯 하다.
그럼 여기서 삼배체 굴에 대한 의문이 생긴다.
여름에 굴을 못먹는 이유는 '산란기라 맛없는 것' 때문도 있지만
'패류독성 때문에 위험해서'가 더 큰거 같은데,
그럼 삼배체고 나발이고 여름에도 못먹는게 맞지 않나?
독소는 굴의 유전적 특성이 아니라 환경 조건(예: 수온 상승, 적조 등)에 의해 결정되니까,
삼배체 굴이든 일반 굴이든, 같은 환경에서 자란 굴은 독소 축적량이 동일할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알아본 결과,
논문들에서도 삼배체 굴이 딱히 독소 축적을 덜시키고 하는건 아니라는 듯
Farrell, Hazel, et al. "Warm temperature acclimation impacts metabolism of paralytic shellfish toxins from Alexandrium minutum in commercial oysters." Global change biology 21.9 (2015): 3402-3413.
심지어 삼배체 굴이 PST 흡수량이 더 많다는 논문도 있다.
Haberkorn, Hansy, et al. "Effects of Alexandrium minutum exposure upon physiological and hematological variables of diploid and triploid oysters, Crassostrea gigas." Aquatic Toxicology 97.2 (2010): 96-108.
삼배체굴이 이배체 애들보다 환경 스트레스에 더 취약하다는 주장도 있다.
Brianik, Christopher J., and Bassem Allam. "The need for more information on the resistance to biological and environmental stressors in triploid oysters." Aquaculture 577 (2023): 739913.
즉, 삼배체 굴이 여름철 높아질 수 있는 패류독소로부터 안전한건 아니라는건데,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는게, 애초에 우리나라 패류양식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굴 양식장의 환경에 대한 평가는 제법 깐깐히 이뤄지고 있으며,
여름철 굴먹고 탈나는건 대부분이 노로바이러스 때문이다.

솔직히 노로는 세척이나 유통 과정에서의 문제로 봐야한다고 생각
그리고 패류독소 검출된 굴은 애초에 시장에 못나온다.
그러니까 어쨌든,
삼배체 굴은 2배체 굴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생존율이 높아 양식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남해안 연구 결과에서 삼배체 굴의 비만도는 여름철 8월에 최고치를 기록해
여름철 생산과 소비 가능성이 입증 되었다는 듯.
[국가R&D연구보고서] 부유망식 개체굴 및 3배체 수하식 양식 연구. 참고
생각해보면 아주 어릴적 보던 굴에 비해 요즘 굴은 덩치가 많이 큰데,
삼배체 굴이 이미 조금은 퍼져있는거 아닐까?
(그냥 양식기술의 발달일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