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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고양이

[비만고양이] 시작 2. 인테리어와 냄새 전쟁

신이 난 것과는 별개로,
오픈 준비 과정에서
거대한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일단 인계자분이
주말에만 오픈하며 운영을 했던 터라
가게 상태가 영 별로였던 것.
(물론 고양이 상태도)

운영하던 가게니까 인테리어 없이 바로 오픈하자!’
라는 나의 안일한 계획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나 예산이 어디 있겠는가.
결국 셀프로라도 터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저지른게 일단 페인트칠.

그녀에게 빅 감사를.


디자인대 출신의 친한 동생을 도움을 받아
벽면에 거대한 고양이도 그려 넣고,
얼룩덜룩한 벽도 한차례 덮고 나니
제법 깔끔해졌다.

이 이후로도 여차저차 꾸준이 조금씩 변신중이긴하다.


그 다음 저지른 게 화장실.

원래 화장실이 남녀 공용으로 하나뿐이었는데,
사실 난 어디 다른 가게 가서도
화장실의 깨끗함과 편리함이 중요한 사람이라
이게 용납이 어려웠다.

그래서 원래는 호텔링 고양이 방으로 사용되던
두 평 남짓의 공간을 남자화장실로 가공했다.

다행히 배수구가 있어서
적잖이 허접하지만 변기와 세면대 설치 완료.
화장실을 분리할 수 있었다.

 

그다음,사실은 아직도 이어져오는 가장 큰 문제점이 바로 냄새인데,
안 그래도 고양이는 육식동물, 
즉, 단백질 섭취량이 많은 짐승이라 
소변 및 대변 냄새가 어마어마하다. 

헌데 가게에 고양이의 밀도가 있다 보니
오줌테러도 적잖이 심했고,
유독 괴롭힘 당하는 한 두 마리가
화장실에 갈 용기가 없어
구석진 곳에 대변을 모아두곤 했던 것.

아직도
모든 수컷들은 중성화가 되어 있음에도
스프레이를 꾸준히 하는 녀석들이 있고,
열 다섯
마리가 넘는 고양이의
화장실 취향을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다 보니
대소변 테러는 여전히 이어지는 중

장이 약해 설사왕인 '체즈'. 늘 벽면을 타고 흐르게 싼다. 늘.


그렇다고 애들을 맨바닥에 둘 수는 없어
초반에는 30x30의 자가접착 카페을 썼고, 
밑으로 파고드는 소변으로 인해 

작고 소중하던 시절의 '개'. 이처럼 제발 화장실만 잘 가려줘도 나는 소원이 없다


요즘은 '마음껏 지리시오'라는 마음으로
이불을 깔아드리고 
하루 두,세 번씩 세탁기가 열일하는 중이다.

플러스로, 고양이는 몇 가지 효소가 없어
사실상 동물계의 개복치인 데다가 그루밍까지 하는지라,

Shyam Sundar Kesh, Santwana Palai and Swaraj Biswas, Drugs contraindicated in cat, The Pharma Innovation Journal 2021; SP-10(6): 452-456

(실제로 수의약리학 책의 단골 멘트가
'고양이에게는 사용할 수 없음'이다)

고양이의 털에 닿아 주댕이로 들어갈 수 있는
모든 것에는 사용상 많은 제약이 따른다.

독성이 없는 걸 찾으면
탈취 및 소독 효능이 엉망이고,
탈취 및 소독효과가 뛰어난 걸 찾으면
고양이의 간이 망가진다.

그래서 사실 아직도 최상의
탈취제와 소독제를 찾아다니는 유목민 상태

여기서 발생된 최악의 시너지는,
캣 워커부터 많은 것들이
목재라는 점에서 발생했다.

닝겐을 내려다보는 냥아치의 자태. 캣 워커가 나무라 저 위에 싸면 냄새가 감당이 안된다.

여하튼 그래서 가게의
모든 나무 데크들을 분리해
청소, 소독하고 바니쉬를 새로 발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비가 오거나 습도가 높은 날엔
나무에 배어버린 암모니아 냄새가 코를 콕콕 찌른다.

오픈 청소 시 조금이라도 방심하면 바로 티가 나며,
하루에도 몇 번씩 테러한 오줌을 찾아다니는 슬픈 현실.

우리 가게 냥아치들만 그런 건가
가끔은 억울할 때도 있었다. 

어쨌든 우리 직원이 고생이 많다......

6년간 나도 놀고먹기만 한건 아니라,
화장실을 아무리 늘리고 배치를 바꾸고
모래도 벤토, 두부, 배변패드, 펠렛에 홍화씨까지 안써본게 없다.

이제는 고양이들의 나이도 많아져
하부 요로계 등 고질적 문제로
오줌테러는 나날이 증가하는 중 

잊을만하면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낮은 별점들도 모두 냄새가 심하다는 후기라,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현재는
페브리즈 에어스프레이,
연무기,
유린오프,
편백나무 소독액,
인센스,
그리고 공기청정기까지
모두 병행 중이다.

그래도 잊을만하면
'어우 냄새!'라며 코를 틀어쥐는 
꼬맹이 손님들이 하나씩 나타난다. 

 

 P.S. 
이 셀프 인테리어,
컵 등의 식기류 구매에
최종 500만원 정도가 소요됨
변기와 세면대는 생각보다 안비쌌는데, 
면적이 있다보니 바니쉬와 페인트, 바닥 매트가.......(주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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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나름 인스타도 있다.

https://www.instagram.com/yoonaj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