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이제 인테리어도 다했고,
메뉴정리와 개발도 마쳤고,
본격적인 고양이카페 사장의 삶이 펼쳐지겟구나!
하던 와중
아깽이 폭탄을 맞았다.

본래 비만고양이는
남: 둥둥 나옹 마하 제라 체즈 소소 난이
여: 봉근 호피 으뜸 찡찡 루시 먹물 (태희)
등으로 구성된 성묘들의 집단 이었으나,
누가빠졌지...?
명절날 고모처럼 맨날 한둘을 빼먹는다.
2017년 말,
가게 인수에 대한 얘기가 나오던 중
호피가 출산을 한것.
아니 저기요.
남자애들 다 중성화 되어 있다면서요....!
입양 분양 호텔링은 할 생각이 없었고,
열마리가 넘는 고양이만으로도
가게가 개판 오분전이므로
개체수를 늘릴 생각이 요만큼도 없었던 나는
인계자에게 물었지만,
수컷들의 중성화는 모두 마무리 되었다는 답을 받음.
실제로 일일히 만져서 (...) 확인해보니 빈땅콩인 건 맞았음.
어찌된 일인고 하니,
으뜸이와 마하사이에서 나온 아들인 모군이 (이름이 기억이 안난다.)
잠복고환이었던 것.
그래서 이때 태어난 애들은 할미를 닮아 귀가 접혀있기도 하고
할애비를 닮아 모량이 많고 부숭부숭하다.
잠복고환 (cryptorchidism) 이 무엇인고 하면,
개나 고양이는 태어났을땐 고환이 복부에 위치해 있다가,
정삭(gubernaculum)이라 불리는 결합조직과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등에 의해
서혜부를 따라 아래쪽, 흔히 땅콩이라 부르는 부위로 내려오는데,
가끔 이게 안내려오고 이동경로상에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원인은 호르몬문제나 생식선의 구조적 문제 등 다양하며,
정사 생산 장애나 종양 및 암 위험성이 올라가므로
보통 수술적으로 제거하는 편인듯 하다.
애초에 중성화 하면서 땅콩이 하나밖에 안나왔을텐데
병원측에서 보호자에게 언급이 없었다는 점도 의문스럽다.

뭐 여튼, 그렇다.
땅콩 한알을 배속에 숨겨두고 있던 모군이
젊고 건강한 암컷인 호피와 눈이 맞은 것.
요거트와 치즈는 좋은 분양처를
부랴부랴 찾아 보냈다.
버터는 머리가 조금 크고 허리가 조금 긴
못생긴 고양이로 자랐다.
공교롭게도 장모종인데
손을 전혀 타지 않으며 공격성도 있었던 터라
'아, 이녀석은 제가 감당 못합니다' 하고
딱 한녀석을 인계자분께 데려가 주십사 했는데,
그녀석이 모군이었다.
모군은 인계자 분이 데려갔으니,
이제 문제 없겠지 하고 방심하던 찰나.
봉근이의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아, 제발......
변명이라면 변명이지만
봉근이가 워낙 마른 몸이라
임신한 티가 전혀 안났던 데다가
인테리어 시즌이었어서 정신 없던 와중
출산 예정일이 가까워졌을 즈음 알게 되어 버린 것.
그래서 이렇게 되었다.
뱀, 용 개, 닭, 곰
다섯 남매가 태어났다.
또 부랴부랴 분양처를 찾았지만,
유제품 형제들과 달리 코숏인
봉의 특성을 강하게 받아 문의가 잘 없었고,
닭과 곰은 좋은 곳으로 분양 가고
뱀, 용, 개는 가게에서 잘 살고 있다.
여기서 마치면 폭탄이 아니지.
환장한다.

17년 말에 출산을 했기에
전혀 고려대상에도 없던 호피가
또다시 출산을 하게된 것.
출산일이 3월 초순이었으니, 11월 즈음 출산을 하고
1월말 즈음 또 임신을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무려 올수컷으로 여섯마리를 낳는 기염을 토했는데,
슬프게도 이름을 지어주기도 전
두마리는 고양이별로 떠났다.
모체 컨디션이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만 할뿐,
처음엔 마음이 많이 안좋았더랬다.
다른 친구들은 접종 다 마치고
3개월차 즈음에 모두 분양 보냈다.
마지막으로 보낸 세 친구는
이름은 낙지 쭈꾸미 문어 였던 것으로 기억.
이게 바로 고양이의 중성화의 필요성이다.
암컷 고양이는 성교 자극에 의해 배란이 유도되는
후배란 동물(induced ovulator)이다.
수컷 고양이의 성기에는 작은 돌기가 있는데,
까보면 도깨비 방망이 같이 생겼다.
이게 성교 시 신경신호를 자극,
황체형성호르몬 분비를 유도하고 배란이 되는 것.
때문에 발정기간동안 교배 횟수의 제한도 없고,
다부성 임신도 가능하며,
수정 성공률은 거의 80%에 임박한다.
했다하면 응애일 수 있으니 진심으로
중성화를 추천하는바다.
여튼 이런 사정으로
오픈하고 정신 차리기도 전에 아깽이 폭탄을 맞았고,
어떻게든 좋은 주인 찾아보겠다고
분양서류도 쓰고,
난리난리 였더랬다.
그래도 다행히 고양이는 공동육아 특성을 보이는 동물인지라,
봉근이와 호피는 서로의 애기들을 잘 돌봐 줬더랬다.
봉근이의 독박육아 시간이 더 길긴 했지만.
이후는 매우 귀여웠던 아가 시절을 기억하며
몇 남지 않은 사진을 올려본다.
당시에는 막막하기도 하고
왜 나에게 이런일이 벌어지는가 원망스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이렇게 자라오는 과정의
사진과추억이 있다는게 감사하기도 하다.
아니, 그래도 절대 네버 노모어 아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