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 랩 박사 과정생의 학위 논문 발표가 있었다.
불과 1년 반 전의 일이지만, 작년에 내가 어떻게 뭘 했던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원래 끔찍한 기억은 일찍 지워버려야 한다

석사는 보통 3학기 혹은 4학기차에 졸업논문 심사를 보고
박사는..... 천차만별이다
나는 5년이 지났을 무렵 '아 지금이다' 하는 느낌이 왔고,
교수님께
"저 졸업해야겠습니다. 두 달만 제 일만 하겠습니다"
라고 통보한 후
미친 듯이 준비해 겨우 졸업했다

슬픈 얘긴 밀어 두고
제목에 맞게 학위 논문 심사의 흐름을 얘기해 보자
물론 당연히 분야별 편차는 존재하겠지만,
연구 진행이 비교적 빠른 바이오계열인 내 입장에서 얘기하자면
2학기에 졸업에 도전할 생각이라면 늦어도 5월에는 지옥에 발을 담그는 것이 좋다.
논문 심사 신청을 위한 자격 요건이 다 달성이 되었는지 체크하고
논문의 방향성, 진행된 실험 및 부족한 실험에 대해 주인님 교수님과 논의하는 등
생각보다 본 경기 이전에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 대학 기준, 이번학기 신청 기간은 10월 초중순이었다.
보통 각 대학 대학원 홈페이지에 공고가 올라오며, 제출 서류 등을 잘 체크해야 한다.
보통 신청할 때 제출하는 건 박사 기준
심사 청구서, 연구윤리 확인서, 윤리교육 이수증, 부실학회지 어쩌고,
성적 증명서, 심사료,
논문게재실적 확인 서류 (논문 원본+저널 사이트에서 논문을 찾아 본인 이름이 나오게 스샷) 정도
이쪽 분야는 논문이 어차피 심사 중에 계속 바뀌고,
심사위원을 선정하고 일정을 잡는 게 지도 교수 재량이 크게 반영되는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라 심사용 논문을 신청 시에 제출하지 않았다.
표절검사 확인서도 마찬가지.
그럼에도 논문 초본이 이 즈음에는 완성이 되어 있는 것이
정신 건강을 위해서도 좋다.
물론 당연히 학교나 학과마다 다를 수 있으므로
뭐든 확실하게 과사에 물어보는 것이 좋다.
이러한 이유들로 과사에 자주 들락거리게 되니
양심상 커피나 음료 등의 조공을 들고 가는 것을 추천.
조교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일하고 있는데
물음표 살인마가 자꾸 찾아오면 개 짜증 참싫을 것이다.
그리고 11월 중순 즈음 공개 발표가 있다.
우리 학교는 석사는 10+10, 박사는 20+20이다.
준비해 보면 느끼겠지만 시간은 무조건 오버된다.
특히 박사는 연구분야가 좁고 깊은 경우가 많아
Introduction만 떠들어도 10분이 지나간다.
100페이지가 넘는 나의 긴 시간 동안의 결과를 20분 만에 털어내는 게 말이나 되는가!!!
싶지만
그대는 해내야 한다

졸업하고 싶잖아.
그리고,
☆☆심사 봐주시는 교수님들께 제발 적어도 3일 전에는
스프링 제본 된 논문을 드릴 것 (타기관 분들께는 메일로라도!)☆☆
공개 발표 마치면 졸업이라고 생각하는 자들이 많은데, 천만에!
이 날로부터 불지옥의 시작이기 때문에,
이날 많이 털리고 씹히고 뜯기고 맛봐지고 즐겨져야 이후가 차라리 편하다.
미리 한 번이라도 논문을 읽어보고 발표를 들어야 보다 가치 있는 조언이 가능하고,
별나라 뜬금포 질문도 안 받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뭣보다 교수님들이 원한다.
원활하게 노예해방각서 졸업인준서에 서명을 받으려면 주인님들 교수님들께 책잡힐 구석은 안 만드는 게 좋지 않겠는가...
하라면 합시다.
이날은 보통 같은 날 발표하는 사람들끼리 쫌쫌따리 모아서 다과를 준비하는데,
자비로운 (혹은 조공을 받아온) 조교쌤이 비치해 주시기도 한다.
발표가 끝나면 발표자들끼리 돈을 모아
교수님들께 저녁 식사를 대접하기도 하고 안 하기도 한다.
인원이 많은 실험실은 랩별로 하기도.
어쨌든 고생들 많았으니 이날은 푹 자고 내일을 대비하는 게 좋다.
이날 (혹은 빠른 시일 이내) 교수님들끼리 회의를 거쳐 심사 결과표를 작성,
과사에 제출하시는데
이걸 당사자에게 보여주는 곳도, 아닌 곳도 있다.
보면 보는대로 마상이고 안보면 안보는대로 속이 탄다.
이후 두 번에서 세 번 정도 더 심사 진행되는데 (박사기준)
계속 공개 발표 형식으로 진행되는 불지옥 5단계부터
회의실에 모여 앉아
'어디 어떻게 고쳤나 떠들어 보렴' 하는 지옥단계 (난 이걸 당했다),
변경 내용 추적과 함께하는 원거리 파일 소통의 일반 단계까지
교수님들의 성향에 따라 많이 다르다.
그대의 행운을 빕니다.

사실 운도 운이지만 논문의 완성도에 따라 달라지는 경향도 없잖아 있다.
고칠게 많으면 앉혀놓고 갈구는 게 편하니까.
이게 논문의 초본이 빨리 완성될수록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막차 심사날 최종적으로 '졸업시킵시다!' 하는 서류에 교수님들이 서명을 하고,
보통 이때 노예해방각서 ♡논문 인준서♡에 서명을 받는다.
이때가 12월 초중순 즈음
이때 못 받으면 교수 찾아 삼만리를 찍어야 할 수 있다 (본인얘기).
방학하고 나면 교수님들이 제자리에 안 계실 수 있어서.........
어쨌든 중요한건
☆☆☆원본이 꼭 필요한 곳이 있기도 하고
사람일은 알 수가 없으니
적어도 5장은 받는 것을 추천☆☆☆
나는 원래도 산만하지만 이때 HP가 바닥이 되었던 시기라
한장은 잃어버리고 한장은 커피를 쏟았다. 환장한다.
그리고 1월 초 즈음에 논문을 도서관에 제출하면 된다.
그럼 진짜 끝.
왜 중간에 한 달이 비는가 하면,
이때까지도 논문의 수정은 계속되어야 하기 때문.
그리고 제본에 걸리는 시간도 고려해야 한다.
분량이 많고... 컬러가 많을수록... 그리고 많은 부수를 주문할수록
가격이 널뛰기하므로, 다양한 업체를 찾아보는 게 좋다.
나중에 또 뽑지 뭐, 하고 몇 부 안 뽑았는데도 70만 원 이상 들었던 기억이...
그래도 금박 쌈뽕 블랙 하드커버 논문을
처음 품에 안을 때의 기분은 꽤 간질 간질 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졸업식날 보다 이때가 더 기억이 선명하다.
어쨌든 중요한 건 제출일자에 촉박하지 않게 미리 준비할 것
☆데드라인 2주 정도 이전에 주문하는 게 좋다☆
다시금, 사람일은 모르는 거니까...
물론 이때도 보통 제출 서류가 있으니 꼭 체크 할것.
드디어 도서관과 행정실에 제출을 마친 그대!
자유의 몸이 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와아아!
이때부터 졸업 예정 증명서를 뽑을 수 있습니다!!!
.
.
.
그리고 삶은 변하지 않더군요.
아니, 행복 하다구요. 하하
지금도 지옥 및 불지옥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계신 모든 분들,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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