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엔 미시에서 거시로 이야기를 해봤으니,
이번에 뒤집어서 거시에서 미시로 가볼까한다.

가장 거시적인 질환이 무엇인고 하면
내 생각엔 대사증후군이다.
'대사'에 '증후군'이라니
이렇게 뭉뚱그린 질환이 또 어디 있겠는가!
대사증후군이란
대사적 위험 요소들이 동시에 나타나는걸 말하는데,
복부비만, 고중성지방혈증, 저HDL콜레스테롤, 고혈압, 고혈당
이 다섯개중 3개 이상이 있으면 진단된다.
이중 나는 고혈당, 즉 당뇨병이
가장 큰 위험 요인이라고 주장하는 편인데,
사실 고혈당과 지질 이상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문제긴 하다.
그리하여 시작되는 길고긴 여정
그 첫번째, 당뇨병이다.
당뇨병(Diabetes Mellitus, 줄여서 DM)은
인슐린의 분비 또는 작용에 이상이 생겨
혈당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지속되는,
만성 대사성 질환이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당뇨병연맹(IDF)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약 5억 명 이상이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것으로 추정 된다고.
질병관리청(KDCA)에서 정리를 잘 해뒀다.
국내에서도 당뇨병 유병률은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인다고 많이들 논문 첫줄에 쓰는데,
통계라는 녀석 특성상
보정값에 달라질 수 있음은 고려해야할 듯
여쨌든 65세 이상 연령층에서
4명중 한명은 당뇨병이라는 통계값을 생각한다면,
고령화의 심화에따라
당뇨 환자수는 증가할수 밖에 없다는 슬픈 현실.
당뇨병의 진단 기준은 다음과 같다.
공복 혈당이 100-125 mg/dL이거나
HbA1c가 5.7-6.4%인 경우
당뇨 전 단계(prediabetes)라고 하는데,
이때부터 식습관 관리 안하면
너 앞으로 큰일난다? 하는것

약 안먹어도 될때 잘하는게 좋지요.
여기서 공복 혈당은 가장 직관적인 지표인데,
명확한 결과를 위해 피 뽑기 전 8시간 이상은 금식을 할것.
HbA1c, 당화혈색소는
포도당이 들러붙어있는 적혈구의 %
정도로 생각하면 편하며
2-3개월 평균 혈당을 대변한다.
즉, 장기적인 혈당 조절 상태를 반영하기 때문에,
치료 목표를 설정하고 관리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데 사용되는 지표
내일 검사라고 오늘하루 조심해봤자다.

경구 포도당 부하 검사(Oral Glucose Tolerance Test, 줄여서 OGTT)는
당뇨병이나 당뇨 전 단계 확진에 사용되며,
포도당을 왕창 먹인 후 시간대 별로 혈당이 감소하는 양상을 확인하는 것이다.
보통 2시간 후 혈당이 중요 지표가 된다.
임신성 당뇨병( Gestational Diabetes Mellitus, GDM, 임당)
검사에도 사용된다.
경험이 있는 분들은
포도당 용액이 얼마나 끔찍한 맛인지 알고 계실 것이다.
여기서 잠깐 임당으로 빠졌보자면,
임신성 당뇨병은
'임신 중에 처음으로 발견되거나 발생한 고혈당 상태'를 말한다
임당은 태아의 과도한 성장(Macrosomia),
출산 시의 위험성, 임신중독증 등으로 인해 관리가 필수이며,
식이요법과 인슐린 처방이 일반적
대사성 질환의 특성은 뭐 하나때문이라긴 어렵다는 거지만,
임당은 다르다.
대부분 태반 유래 호르몬들 때문.
때문에 출산후 대부분 나아지지만
높은 혈당이 저질러놓은 사고들 때문에
이후 당뇨 발병율은 좀 높아진다.
아무튼 중요한건,
임당은
엄마 때문 아닙니다.
엄마가 뭐 잘못한거 아니에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당뇨병은 1형과 2형으로 나뉜다.
90~95%가 2형 당뇨인데,
그렇다보니 1형 당뇨는 남얘기라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시작 원인이 다를 뿐
2형 당뇨의 진행에 따라 결국은 췌장기능 손상이 따라온다.
이 둘의 차이가 뭐냐하면,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해
세포에게 혈액 중의 포도당을 먹으라고 시키는데,
1형은 공장에 불이나서 이 인슐린 생산이 부족한거고
2형은 세포가 '포도당 안먹을래용'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치료 방법이 크게 다르다.
이 얘기를 자세히 하려면
세포 친구들을 만나야 하니 그건 2부에서 다룰 예정.
여튼 그래서 왜 당뇨병이 위험하냐, 한다면
전신성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
그냥 혈액 중에 포도당이 많은거 아냐?
할수 있지만, 이 놈들이 과도한 상태가 되면 별짓을 다한다.
그중 하나가
당독소(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 AGEs).
혹은 당화 최종산물.
이게 뭐냐하면
단백질, 지질, 핵산이 당이랑 비효소적 반응(Maillard)을 통해 붙은 구조인데,
Schiff base 형성이니 Amadori 형성이니 산화니 탈수니 하는 복잡한 과정은
쿨하게 패스한다.

아, TMI로, 여기서 중간체인 Amadori산물 중 하나가
아까 진단 기준에 있던 당화헤모글로빈(HbA1c)이다.
이 AGE라는 녀석은 건방지게도 짝도 있다.
RAGE(Receptor for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라는 수용체인데
이놈에게 가 붙으면
염증, 산화스트레스, 세포 증식 등 별일을 다한다.
이 환장의 짝꿍이
혈관에서 심혈관계 합병증
신장에서 만성 신장 질환
신경에서 당뇨병성 신경병증
등에 관여하는것.
어디든 혈관은 있으니까
그러니 혈당을 적당한 수준으로 관리하는게 중요한 것.
오늘은 어째 좀 수박 겉핥기 느낌이어서 아쉽다.
그치만 나는 의사가 아닌 일개 과학자라
임상에 대해서는 보편적으로 밖에 말할 수 없다.

그러니 다음 회차에선 기초과학의 매력을 마음껏 분출해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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