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이번 챕터의 마지막, 진통제 얘기를 해보자.
욕심으로 TMI의 TMI까지 떠들다 보니 3부작이 되버렸다.

진통제는 크게 마약성과 비마약성으로 나뉜다.
마약성 진통제는 사실 우리가 살면서 접해볼 일이 많지 않다.
접해볼 일이 없는게 더 좋은거기도 하고.
왜냐면, 마약성 진통제는 강한 통증, 예를 들어 수술 후 통증이나 암으로 인한 통증처럼
심각한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이다.
마약성 진통제는 기본적으로 뇌, 척수, 그리고 말초 신경계 의 오피오이드 수용체(opioid receptor)에 작용,
통증 신호 전달을 차단함으로써 강력한 진통 효과를 나타낸다.
오피오이드 수용체에 원래 붙는 애들(ligand)은
내인성 오피오이드 펩타이드(Endogenous Opioid Peptides)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엔돌핀(Endorphins)과 엔케팔린(Enkephalins)이 있다.
이전 게시물에서 ' 아프지 말라고 엔돌핀이나 엔케팔린이라는 진통 물질을 분비 한다'고 했던 그녀석들이다.
얘네가 오피수용체에 붙으면
1. 통각 수용체(nociceptor)를 통해 생성된 통증 신호를 척수와 뇌로 전달되지 못하도록 막고
2. 도파민(dopamine) 분비를 촉진해 진정 효과를 준다.
이 진정효과가 사실 마약성 진통제의 의존성(중독)의 원인이기도 하다.
마약성 진통제의 분류는 크게, 다음과 같다.
천연 아편 유도체: 모르핀, 코데인 등.
반합성 오피오이드: 옥시코돈, 히드로코돈 등.
합성 오피오이드: 펜타닐, 메타돈, 트라마돌 등.
아편 알칼로이드 유사체: 부프레노르핀, 날부핀 등.
혼합 작용제-길항제: 펜타조신 등.
오피오이드 길항제: 날록손, 날트렉손.
TMI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아마 8화)에서 진상이 '페치틴 줘, 페치틴!'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페치딘도 페닐피페리딘계 합성 오피오이드 진통제다. 약쟁이놈!
어쨌든, 마약성 진통제는 효과가 강력하긴 한데,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며 의존성과 부작용이 존재하는 약물이라
의사의 처방과 관리 하에 사용되고 있다.

그럼 이제 디스크파괴자의 삶을 살고있는 나의 절친들인 비마약성 진통제,
그중에서도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엔세이드)를 알아보자.
비마약성 진통제는 경미하거나 중간 정도의 통증을 줄이는 데 사용되며,
염증과 통증, 그리고 발열을 줄여준다.
이들은 1편에서 열심히 주절거렸던 주로 COX (cyclooxygenase)를 억제하므로서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생성을 억제하는게 공통 기전이다.
보통 감기나 근육통 등으로 약국가면 받는 약은
대부분 NSAID라고 생각하면 된다.
다만 1편에서 언급한대로 COX-1은
위벽 보호나 혈관 조절에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얘도 일을 못하게 하다보니
약 뒷면을 보면 위장관계 위험과 심혈관계 위험이 공통적으로 쓰여있다.
때문에 위장관 부작용을 줄이고자
COX-2만 억제할 수 있게 만들수록 위장관 부담은 줄어드는 편.
개중 전략을 바꿔 COX를 그냥 아주 억제해버리고
피부에 바르거나 파스로 붙이는 방법을선택한 경우도 있다.
(바르는 파스나 케토톱 같은 거).
TMI로, 편의점에서도 파는 부루펜의 성분이 이부프로펜.
개인적으론 급히 해열이 필요할땐 아직도 이 달달한 시럽을 찾는다.
표면적이 넓을수록 약물 흡수가 빨라지니께.
이 중 아스피린은 50대 이상에서 동맥경화 예방용으로 제안되기도 한다.
아 물론 저용량으로!
아스피린이 혈관건강에서 언급되는 이유는
트롬복산 A2(Thromboxane A2, 그림상 TXA2)가 혈소판 응집을 촉진하고
혈관 수축을 유발해 혈전을 형성하기 때문.
아스피린이 COX(여기선 COX-1)를 억제하면 트롬복산 A2의 생성이 억제되고,
혈소판 응집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혈전 형성 위험이 줄어든다.
이를 통해 혈전이 혈관을 막아 생기는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혈관 폐색 등의 위험을 줄여주는 것!
다만, 혈소판 기능의 억제는 지혈을 지연 시킬 수 있으니 주의할 것.
즉, 아스피린을 드시는 분 중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사랑니를 빼야 한다거나 하는
출혈이 예상되는 스케줄이 있을땐 며칠 끊으시는게 좋다!
병원에 문의 해보시길
또 다른 재밌는 녀석이 아세트아미노펜이다. 대표적으로 타이레놀.
코로나가 한창일 때 정부가 백신 맞고 아프면 타이레놀 사다 먹으라고 해서
온 약국의 타이레놀 품귀현상이 생기질 않나...뭐 그랬었다.그저 웃지요 껄껄....
여튼 다들 왜인지 집에 하나씩은 가지고 있는 비상약 중 하나.
얘는 COX를 억제하는 동일 기전임에도 NSAID로 분류되지 않는데,
이유인 즉슨, 신경계에 선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해열 진통은 있어도 소염은 없기 때문이다.
아니, 지가뭔데
신경이랑 말단조직을 구분해가며 일을 하고 말고 한단 말인가!

많은 사람들이 뒤집어 판 결과로
뜨든, 2002년에
아세트아미노펜은 COX-3라는 뇌와 척수에 특이적으로 존재하는 또 다른 COX를 억제하는 것이다!
라는 이론이 나왔다나 뭐라나.
과학이 이렇게 재밌습니다. 여러분.
마지막으로, 또 다른 골때리는 존재 중 하나가 두통 치통 생리통엔! 그녀석인 게보린.
성분표를 보면 아세트아미노펜, 이소프로필안티피린이 함유되어 있다.
그리고 무려 카페인.
카페인은 진통제와 함께 사용될 때 상승 작용(시너지 효과, Synergistic Effect)을 나타내는데,
중추신경계를 자극하여 진통제의 흡수율과 작용 효율을 높이기 때문
그렇다고 진통제 먹고 아아를 마시면.....약빨은 모르겠고 속이 쓰리다(경험담).
따라하지 마세요.
즉, COX 억제제인 이소프로필안티피린도 들어있고,
중추신경에 작용하는 아세트아미노펜도 들어있는데
카페인으로 흡수 속도도 땡겼다.
소염, 해열, 진통을 빠르게 다 잡아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실제로 개인적으론 진통제 중엔 약빨이 가장 잘드는 편.
그럼에도 난 이멀전씨가 아니면 이친구를 잘 안 찾게 되는데,
비교적 최근 문제시 되고있는 이소프로필안티피린 때문이다.
얘는 피린(Pyrine) 계열의 약물 중 안티피린계(Antipyrine Derivatives)에 속하는데,
이 계열 애들의 부작용과 알레르기 반응들 중
치명적인 사례 (골수 억제 및 백혈구 감소증)가 소수 발견되는 바람에
사실상 외국에선 안전성 문제로 거의 사장 되어 가고 있다는 듯 하다.
하물며 이부프로펜, 나프록센 같은 NSAID 들보다 효과가 엄청 뛰어난 건 아니니
제약 회사들에서도 자연스래 사용을 안하게 되었다고.
그래도 게보린의 약빨이 넘사인건 사실이고, 급할땐 찾고있다.
이상으로 염증, 통증, 그리고 진통제에 대해 준비한 건
대강 다 털어 낸 듯하다.
TMI의 TMI를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다음 TMI는 더 재밌게 준비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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