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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염증과 통증, 그리고 진통제 (1)

살다 보면 원치 않는 방문객을 맞이하곤 한다.   
나에겐 만성적인 염증과 통증이 그 대상이랄까.

뭐, 학위는 원래 건강과 등가교환 해 얻는 거라고 하긴 하는데, 
박사의 대가로 거북목과 허리디스크를 얻었기 때문이다.
지금 거의 바다로 돌아가기 직전 상태
나 뿐만 아니라 책상에 오래 앉아있는 사람들은 다들 공감하지 않나?
그래서 첫 TMI 주제로 염증, 통증과 진통제를 골라 봤다.  
처음이라 좀 설레어서 투머치토커 모드일 수 있어 미리 사과말씀을 올린다.  

귀여운 세포찡

염증과 통증이 어떻게 발생하느냐(기전)부터 알아 봐야 하는데, 어디서 부터 시작할까? 
 

Created in BioRender.com

세포는 기름막으로 포장되어 있는데, 이게 인지질이다.   
다들 학창시절에 다리 두개 달린 콩나물 같은 거 한번은 본 기억이 있을 것이다.  
왕대두 머리통은 인산기, 다리는 지방산이고, 그 중간에 뼈대인 글리세롤로 구성되는데,  
여튼 이 인지질이란 녀석이 사실은 그냥 세포 껍질인게 아니고, 여기 저기에 재료로 많이 쓰인다.  

TMI로, 보통 이 인지질 다리가 하나는 꼬부라지게 그려들 놓는데, 
여기 붙는 지방산이 포화일수도 불포화일수도 있어서 그렇다. 지방 얘기는 다음에 충분히 할 예정. 

세포찡이 쳐맞고 나면 칼슘을 올린다

세포가 손상을 감지하면 밖에 있는 칼슘을 집어넣거나 저장된 칼슘을 꺼내서 
세포질 안의 칼슘 농도를 높인다.  
세포들이 무언가 일을 시작할 때, 특히 급한 일일 때 
이 칼슘 농도를 높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우가 많으며, 앞으로 자주 나올예정

세포 내에 칼슘이 많아지면
PLA (phospholipase A-인지질가수분해효소 A)라는 녀석이 잠에서 깨어나 인지질을 토막낸다.
인지질가수분해효소는 A1, 2부터 D까지 여러 종류가 있는데, 자르는 부위만 다른 거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TMI로, ~ase 꼬리가 붙는 애들은 효소라고 생각하면 편함.
뭘 붙여주던, 잘라주던 해서 형태나 성질을 바꿔주는 장인들
요즘 애들은 아밀라아제를 아밀레이즈라고 한다고...!?

그렇게 잘려 나온 불포화 지방산이 아라키돈산(Arachidonic acid)이다.
대표적인 필수지방산이자 오메가-6 지방산.
이 아라키돈산은 많은 효소들의 맛 좋은 타겟이지만,
염증 얘기 할 거니까 COX랑 프로스타글란딘(prostaglandin, PG) 쪽만 다뤄보자.

COX-1의 구조. PDB, ID: 6Y3C

애증의 COX! 
이 녀석이 우리가 사 먹는 진통제들의 주 타겟이다.
약 뿐 아니라 뭐 염증을 개선 한다던가 염증 완화에 도움을 준다던가 하는 경우 대다수가 이놈과 연관된다. 
콕스, COX, 풀 네임은 Cyclooxygenase고,
뭐 거창한데, Cyclo는 고리모양이라는 거고, oxygenase는 산소를 붙여준다는 의미
실제로 구조를 보면 COX가 산소를 붙여 고리를 만드는 걸 볼 수 있다.

Rankin, L. (2020). Chronic pain: from the study of student attitudes and preferences to the in vitro investigation of a novel treatment strategy (Doctoral dissertation, Umeå universitet


COX는 1과 2의 두종류가 있는데, 성질이 좀 다르다.   
COX-1은 늘 존재하며 평범하게 일하고 있는 정직원이라면, 
COX-2는 음…갑자기 비상 터져서 급히 충원한 계약직 인원?
사실 일하는 부서도 좀 다르다.
COX-2 같은 것들을 유도성 효소라고 하며, 슬프게도 비상 상황이 끝나면 토사구팽 당한다.
퇴사 딱지(유비퀴티네이션) 붙여서 분해 처리(프로테아좀 분해).

어쨌든, COX-1은 주로 위나 혈관에서 일하고, 몸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적인 일에 기여하고 있고, 
COX-2는 사건이 벌어졌을 때 필요한 곳에서 왕창 합성되어서 통증 및 염증에 기여한다.    

여차저차 PGH2까지 만들어 졌다? 
이제 이 PGH2가 누굴 만나느냐에 따라 다른 종류의 프로스타글란딘이 되는 거라고 생각하면 된다.
PGE 합성효소(PGES)를 만나면 PGE가 되고, PGD합성효소(PGDS)를 만나면 PGD가되고 뭐 그런 거다. 

TMI로, 울프 폰 오일러 (Ulf Svante von Euler, 1905~1983)라는 과학자가 프로스타글란딘을 처음 이름 지었는데, 
그땐 전립선(Prostate gland)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라 생각했다고. 사실 프로스타글란딘은 거의 전신에서 만들어진다.
쨌든 이 아저씨가 누구냐 하면 에피네프린으로 1970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사람이다. 

TMI로, 프로스타글란딘 같은 애들을 국소 호르몬이라고 하는데,
분비기관과 표적기관이 달라서 전신으로 마라톤 한번 하고 오는 호르몬이 아니라
집과 직장이 엎어지면 코 닿는 거리에 있는 호르몬. 부러워라…..

다음은 대표적인 프로스타글란딘들과 그 역할이다.

악필이라 죄송합니다.


어느 조직에서 만들어지고 작용 하느냐에 따라서 기능이 겁나게 다르며,
이게 진통제 만드는 사람들을 골머리 아프게 만드는 원인이다. 
진통제들의 부작용도 여기서 기인한다.
여기까지 통증과 염증을 유발하는 기초 과정. 
예상대로 역시나 TMI로 자리를 많이 차지했으니 다음 얘기는 2부에서 이어가 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