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당뇨병 얘기를 하면서
탄수화물 대사 얘기를 안 할 수는 없는데,
'대사'질환이잖여.
이게 뭇 많은 학생들을 괴롭게 하는 존재다 보니
사실 쉽게 풀어내는 게 쉽지가 않다.

그래서 며칠을 머리 싸매고 고민한 결과,
내가 강의자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너무 깊게 들어 팔 필요는 없겠다
라는 결론에 다다름.
그래서 오늘은 마일드하게,
순한 맛으로
탄수화물의 ADME, 그중 AD 먼저 살짝 맛만 보기로 했다.

TMI로, ADME는 약리학과 독성학에서 주로 쓰이긴 하는데,
흡수(Absorption), 분포(Distribution), 대사(Metabolism), 배설(Excretion)의 약자로,
약물이나 영양소가 몸에 들어온 후 체내에서 일어나는 과정을 설명하는 핵심 개념이다.
밥부터 약까지, 이 흐름을 타고 이해하면 편하다.
탄수화물을 소화과정을 거친 후 소장에서 단당류 형태로 흡수,
혈액을 타고 전신으로 분포하며,
해당과정을 통해 대사 되고,
사용 후 이산화탄소와 물로 배설된다.
대충 정리하자면 이 정도.
처음, 흡수를 위한 소화과정을 대충 훎어보자.
인간의 소화기계는 다음과 같다.
오늘은 탄수화물 얘기 중이니까 탄수 소화과정을 정리하자면
소화 단계 | 소화 기관 | 주요 효소 | 기능 및 반응 | 생성물 |
1. 구강 | 구강 (침) | 타액 아밀라아제 (Salivary Amylase) |
전분(Starch)을 덱스트린(Dextrin)으로 분해 |
덱스트린, 말토스 등 |
2. 위 | 위 | 없음 | 탄수화물 소화는 일 시적으로 중단됨 |
없음 |
3. 십이지장 | 소장 (십이지장) | 췌장 아밀라아제 (Pancreatic Amylase) |
덱스트린과 전분을 더 작은 올리고당, 말토스로 분해 |
말토스, 덱스트린 등 |
4. 소장 미세 융모 | 소장 미세 융모 (Brush Border) | 말타아제(Maltase), 수크라아제(Sucrase), 락타아제(Lactase), 덱스트리나아제 (Dextrinase) |
이당류 및 올리고당을 단당류로 최종 분해 |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 |
5. 흡수 | 소장 (융모 상피세포) |
없음 | 단당류 (포도당, 과당, 갈락토스)가 SGLT1 및 GLUT 운반체를 통해 흡수됨 |
혈류로의 단당류 이동 |
요정도 되시겠다.
어쨌든 요점은 소장상피에서
SGLT1과 GLUT라는 녀석이 당을 혈액으로 집어넣어 주면
혈액이 다른 세포들에게 밥배달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얘네가 단당류 아니면 못 옮기겠다 하니
다양한 다당류로 구성된 탄수를
입에서부터 쪼개고 자르고 하는 과정
이쯤에서 까먹기 전에
본 주제가 당뇨였음을 한번 되새기고 넘어가자면,
좋은 탄 수니 나쁜 탄 수니 하는 개념이
이 흡수 과정에 대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당뇨에 좋은 음식-하고 검색하면
현미, 귀리가 99% 따라오는데, 이런 이유.
당뇨병 환자는 인슐린의 생성 및 작동에 어려움이 있는 상태다 보니
급격하게 당이 들어오면 조절을 못한다.
그러니 천천히 흡수시켜 단계적으로
일을 하게 해줘야 하는 것.
물론 당연히 당뇨가 없는 사람 입장에서도,
갑자기 일거리 폭탄을 던져 췌장님을 과로하게 하면
당뇨로의 직행 패스를 끊는 것이니
복합 탄수로 구성된 식단을 먹는 건
모두에게 추천할만한 습관이다.
TMI로, 나는 현대인들에게서 당뇨병이 흔한 질병이 되어버린 원인이
쌀의 도정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에야 쌀껍질을 전부 벗기고 앉았을
시간도 기술도 부족했으니 대충 까실하지 않으면 먹었겠지만,
도정기술의 발달로 마트의 일반 쌀들은
정선 → 탈곡 → 현미 생산 → 백미 생산을 위한 도정 → 윤백 → 분류 및 포장
의 과정을 거쳐 이미 홀딱 벗고 나오게 된 것.
공정을 분리해야 하다 보니
손은 덜 탔는데 백미보다 현미가 비싼 웃픈 상황이 생겨버렸다.
흡수에 직빵으로 관여하는 당뇨약이 바로
알파-글루코시 다제 억제제 (Alpha-Glucosidase Inhibitors)가 되겠다.
아카보스(Acarbose)와 미글리톨(Miglitol) 등.
얘들은 소장에서 알파-글루코시다제(α-glucosidase)를 억제해
탄수화물이 단당류로 분해되는 것을 지연시킨다.
그 결과 포도당의 흡수 속도가 감소하고, 흡수되는 총량도 감소,
식후 혈당 스파이크(혈당 급상승)를 방지해 주는 것.
TMI로, 시험관내 항당뇨 효능 스크리닝을 위해
이 α-glucosidase을 inhibition 하는지를 조사하기도 한다.
쉽고 빠르고 싸다.
여기서 알파-글루코시다제는
소장에서 작용하는 말타아제, 수크라아제, 덱스트리나 이제와
같은 효소들을 포함하는 포괄적인 용어로,
α-글리코시드 결합을 분해하는 효소를 총칭한다.
여기서 알파와 베타는 당 분자들이 결합할 때
하이드록시기(-OH)가
아래쪽(cis 위치)에 위치하면 알파,
위쪽(trans 위치)에 위치하면 베타다.
이 알파 결합을 자르는 효소가 알파-글루코시 다제라는 뜻.
정리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까의 좋은 탄수 나쁜 탄수의 표와
겹치는 느낌이 들지 않는가?

바로 좋은 탄수의 조건인 풍부한 식이섬유가
베타 결합이 많은 구조의 탄 수 들이다.
소화 효소도 적고
구조적으로도 딴딴해서 흡수가 잘 안 되는 친구들
다시금 현미밥을 먹읍시다.
두 번째 분포 파트는 사실할 말이 크게 없다.
'소장에서 흡수된 단당류는 간문맥(portal vein)을 통해 간으로 이동.
간에서 필요한 곳으로 포도당이 분배됨.
포도당은 혈류를 통해 근육, 지방 조직 등으로 운반됨.'
진짜 이게 전부다.
근데 그냥 끝내기엔 좀 아쉬우니
간문맥에 시비를 좀 걸어볼까 한다.
근데 당이 왜 간으로 가느냐? 하면
간의 기능과 간문맥의 특이성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몸으로 들어오는 (거의) 모든 물질을
정리 분류, 대사 하는 중심 공장이 간이기 때문

주당들에게 간간간 하는 이유도
알코올 대사를 간이 하니까...
그래서 간문맥이란 특이한 구조의 혈관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이 녀석의 특이한 점이 뭐냐면,
간문맥은 위장관(위, 소장, 대장), 비장, 췌장 등에서
나온 여러 정맥들이 합쳐져 형성된 큰 정맥. 정맥이다.
신체 전반에서 정맥이라 함은
산소든 당이든 필요 물자를 배달하고
심장으로 돌아가는 도로인데,
간문맥 만은 건방지게 심장을 가기 전에 간으로 빠진다.
여기저기서 밖에서 들어왔다고 일단 주니까 다 받아 왔는데,
심장으로 바로 갔다간 뭔 일이 날지 모르니
간에서 검사 한번 받고 필터링해서 보내는 것.
문맥에서 유입된 혈액을 간세포가 대사, 해독, 뭐 기타 처리하고,
최종적으로 깨끗해진 혈액을 간정맥(hepatic vein)을 통해
하대정맥(inferior vena cava)으로 보내 심장으로 간다.
여러모로 간이 고생이 많다.
여하튼 이렇게 처리된 당들의 이후 모험은 많이 거칠기 때문에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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