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과 인슐린 얘기를 했으니
이제 드디어 세포 내로 포도당을 집어넣어 보자.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기 위해 사용되는 문으로는
GLUT와 SGLT가 있다.
SGLT는 Sodium-Glucose Linked Transporter,
혹은 Sodium Glucose Cotransporter라는 풀 네임을 갖는데,
SGLT1은 소장 상피에서 장에 있는 포도당을 체내로 옮기는 역할을 하며,
SGLT2는 신장의 근위 세뇨관에서 소변 중에 있는 포도당을 재흡수해서
배설되는 포도당의 양을 관리한다.
이건 흡수 (Absorption)으로 봐야할 지
분포 (Distribution)인지 배설 (Excretion)인지 헷갈린다.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용
어쨌든 우리의 포도당은 이미 간을 거쳐 전신으로 퍼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엔 GLUT만 타겟으로 설명해보려고 한다.
GLUT, Glucose Transporter는
전신 어디에나 존재하는 포도당의 출입문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중 중요한 건 2번과 4번.

췌장과 간의 포도당 출입구는 GLUT2가 메인이며,
이 친구는 늘 그 자리에 있는 비상구 같은 거라
생각하면 편하다.
혈중 포도당 농도가 높으면
농도구배(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에 따라
이 열린 문을 통해 포도당이 세포 안으로 흘러 들어간다.
때문에 혈당 상승을 빠르게 감지하고 인슐린을 내놓고,
글리코겐이나 지방으로 저장하는 등
혈중 포도당을 조절하는 역할을 할 수 있는 것.
TMI로, TMI인가? 여튼,
GLUT2는 대표적인 High Capacity 수송체로,
포도당을 집어넣는 속도가 빠르다.
거의 8차선 고속도로.
한편 포도당과의 친분은 그리 좋지 않은
Low Affinity 수송체라,
포도당 한 두 마리는 쌩 까다가
백마리쯤 와야 문을 연다는 소리.
반대로 GLUT1과 3은 Low Capacity에 High Affinity인데,
말인 즉 지나가는 포도당 한 마리도 놓치지 않고 데려가는데,
대신 왕복 2차선 도로라고 할까?
보릿고개가 와서 체내의 포도당 농도가 낮아져도
뇌와 적혈구에는 우선적으로 밥을 먹여야 하기 때문에,
이 둘에는 GLUT1과 3가 자리잡고 있다.
인체의 신비는 굉장하다.
앞선 1-3과는 달리, GLUT4는
업무가 없을 땐세포질 안에서 탱자탱자 놀고 있다가,
일을 시켜야 세포막으로 나와 붙어 포도당을 흡수시킨다.
이 일을 시키는 게 바로 인슐린 되시겠다.
인슐린이 피를 타고 돌아다니다가
세포막에 있는 인슐린 수용체(IR)에 와서
엉덩이를 붙이고 앉으면
세포 내부에 있는
IRS (Insulin Receptor Substrate)가 인산화 된다.
인산화 된 IRS (p-IRS라고 표기)는
받은 신호를 PI3K(Phosphoinositide 3-Kinase)라는 하청업체에게 넘기고,
PI3K는 또 이 신호를 AKT라는 후임에게 준다.
그러면 불쌍한 말단직원 AKT (인산화 되었으니 p-AKT)가
세포질에서 땡땡이 치고 있던 GLUT4를
주머니 (vesicle)채로 세포막으로 이동시킨다.
TMI로, 이 AKT라는 녀석은 생체 신호 전반에서 굉장히 많은 일을 하는데,
대체로 세포를 살려 놓고 증식 시키는 신호에 기여한다.
그래서 예전에 발모제 개발해보겠다고 연구할 적에
메인 타겟으로 했었다.
여튼 이렇게 GLUT4가 담긴 주머니가 세포막에 달라붙으며
GLUT4를 세포막에 고정시키면
얘를 통해서 포도당들이 세포 내부로 들어오는 것.
뭔가 쓸데없는 중간 과정이 많다 싶지 않은가?
그래서 이놈이 2형 당뇨병의 범인이다.
왜인지 옛날 옛적 같은 1화에서
2형 당뇨의 특징이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라 얘기했었는데,
대사증후군의 개노답 삼형제-첫째, 당뇨병 (1)
지난번엔 미시에서 거시로 이야기를 해봤으니, 이번에 뒤집어서 거시에서 미시로 가볼까한다. 가장 거시적인 질환이 무엇인고 하면내 생각엔 대사증후군이다.'대사'에 '증후군'이라니 이렇게
yoonaj0915.tistory.com
이게 뭐냐하면, 인슐린은 잘 나오고 있으나
세포들이 명령을 안 듣는 것.
인슐린이 안나 마냥 문을 두드리는데,
GLUT4의 문은 열리지 않는 상태다.
그 원인이 앞서 설명한
GLUT4의 인슐린 signaling 과 밀접하게 연관된다.
비만이거나 지질 밸런스가 무너진 상태에서,
세포 내에 유리지방산이나 활성산소가 너무 많아지면
IRS의 옆구리에 인산기가 붙어버리는데,
이 때문에 정작 인슐린이 왔을 때 이놈이 신호를 못 받게 한다.
때문에 하청(PI3K)도
하청의 후임(AKT)도
일이 벌어진 줄을 모르니,
밖에서는 넘치는 포도당이
여기저기 들러붙어 사고를 치던 말던
GLUT4는 세포 내부에서 계속 과자나 먹으며 노는 상태가 되는 것.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해서, 2형당뇨 치료제 중 몇 가지가 요녀석들을 타겟으로 한다.
대표적인 게 메트포르민 (Metformin)이다.
당뇨병에 쓰이는 1차 처방약으로,
1920년대에 개발된 호호 할아버지지만,
아직까지도 효능이 넘사라 보편적으로 사용되는 중이다.
대신 단일 제제보다는 병용제제가 많이 나오는 추세.
그래서 매트포르민이 뭐하는 놈인가 하면,
AMPK라는 녀석을 활성화시키는데,
이 AMPK라는 녀석은 놀랍게도 자체적으로
GLUT4를 세포막으로 이동시킬 수 있다.
즉, 인슐린의 신호가 전달이 안되어 다들 놀고 있어도,
이 녀석이 자체적으로 GLUT4에게 일을 시킬 수 있다는 말씀.

또 다른 약물로는 티아졸리딘디온(Thiazolidinediones, TZDs) 계열이 있다.
뭐시기 글리타존이 붙는 원료들이 이 계열에 해당한다.

이녀석이 하는 일은 PPAR (peroxisome proliferator activated receptor),
그중 특히 감마(γ)를 활성화 시킨다.
이 PPAR-γ라는 녀석은 굉장히 다양한 일을 하는데,
오늘 GLUT 얘기 중이었으니 하나만 꼽자면,
바로 GLUT4의 발현 증가.
즉, GLUT4의 총량을 늘려 일하는 놈을 늘리겠다는 것.
부분적으로는 GLUT4의 이동도 돕는다는 듯 하다.

이런 좋은 약들이 많이 나와있기에,
사실 이제 당뇨 치료제는 더 나올 구석이 없긴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어려운 부분은
항상성(恒常性, homeostasis)이라는 특징 때문.
신체는 어지간하면 늘 유지되던 상태를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때문에 높이는 놈이 나오면, 낮추는 놈도 같이 나와
안정적인 상태를 심하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지하려 한다.
당뇨의 경우에서는,
인슐린이 일을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방법이 없는 알파세포가
‘옆집에서 인슐린이 왕창 나갔으니, 혈당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조절하자’,
하며 글루카곤을 만들어 간으로 보내는데,
간은 또 눈치없이 신호가 왔으니 포도당을 막 만들어 내보내고.
이 악순환이 결국 만성적인 높은 혈당을 만들어내게 된다.
그러니 결론은, 우리 모두
지방을 멀리하고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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