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나는 굴을 혐오하는 사람이었다.

날이 추워질만 하면
아버지가 농수산시장에서
검은 망에 담긴 석굴을 몇 킬로씩 사 오시곤 했는데,
그 냄새도 싫고,
김치에 숨어들어
방심했을 때 씹히는 그 감촉도 싫었다.

그러다 제주에 오고 어느 날,
'근데 나 해산물 좋아하는데?
해삼 멍게 성게 소라 전복,
심지어 홍어도 즐기는 사람인데
왜 굴은 싫을까?'라는 의문에
한라산 한잔과
생굴 한 마리를 먹어보고
신세계를 발견하고 말았다.
애기일 땐 이슬이 라산이와
함께하지 않아서 굴맛을 몰랐던 걸로.
그래서 오늘 소개할 맛집은
" 대굴대굴굴구이"

굴집이다.
대굴대굴굴구이 법원점 :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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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place.naver.com
바야흐로 겨울엔 굴을 먹어야 하는데,
제주 시내권에선 굴이나 조개가 당길 때 선택지가 별로 없다.
하기사, 겨울 한철 장사인데 시내권은
가겟세가 너무 비싸니까 수지가 안 맞을 듯.
그래서 웨이팅을 각오하고
큰맘 먹고 다녀왔다.
대굴대굴은 연동, 삼화, 도두, 법원점 총 4개가 있고,
법원점의 영업시간은 오후 5시부터 12시.
지점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고는 한다.
법원 뒷골목이라 많이 복잡하다.
버스를 추천어차피 술 먹을거잖아
어쨌든 주차는 인근 골목이나
공영주차장을 이용해야한다.
웨이팅은 무조건 있다고 생각해야 하며,
직접 방문만 받는 듯 하니
한 명이라도 먼저 보내
일단 대기를 찍어두는 것도 방법이다.

기다리기 힘드니께
9시 즈음 늦은 시간엔
웨이팅이 없는 경우도 꽤 있는 듯.
내 도착 시간이 6시 20분 즈음이었음에도,
대기번호 9번을 받았다 (주륵)
천장의 굴껍데기를 바라보며 한 시간쯤 지났을까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당연히 대굴한판을 먹으러 간 거였지만
군침이 돌게 하는 사이드도 제법 많다.
컵, 장갑, 초장, 수저, 티슈 등이 모두 테이블에 갖춰져 있어
안 그래도 바쁜 직원분들을 귀찮게 하지 않아도 된다.
기본찬은 이렇다.
개인적으로는
부추무침이 사실 넘버원 사이드킥
주문하면 저 네모난 판이
거의 바로 나오다시피 하며,
직원분이 안에 생수를 괄괄 부어주시고는
뚜껑을 닫고 사라진다.
생굴을 조지며 기다리면 시간 금방 간다.
기본 찬으로 나오는 굴전도 맛있다.
통통한 굴이 들어가 있다.
기다리다가 뚜껑이 들썩이면
한 5분쯤 후 직원분이
불을 줄이고 뚜껑을 치워주신다.
뜨든!
인원수대로 나오는 계란은
많이 뜨거우니 꺼내서 식혀뒀다가 먹는 걸 추천.
제공되는 작은 칼과 장갑이면
오픈하지 못할 굴이 없다.
굴을 먹으니 겨울이 시작됨이 실감난다.
이번 겨울도 무사히 살아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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